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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나] 90min movie
감김자
2025. 2. 9. 17:17
90min movie w. 헤섬
2025.02.09
플레이 타임 약 3시간
KPC 무량
PC 나표
키퍼링 감사합니다 ^^♡




가장 먼저 깨닫는 건, 손발의 부자유.
당신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입 역시 무언가 붙어 있어 말을 하기 어렵습니다.
행동과 발언의 자유를 빼앗긴 상태로는 그저 숨을 쉬는 게 허락된 행위의 전부가 아닌가요.
눈마저 가려져 있다고 착각했지만, 몇 번 깜빡이고 나면 주변이 희미하게 구분됩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그런데, 그게 지금 상황에서 무슨 도움이 된단 말인가요?


기어다니며 손으로 더듬는 식으로 물체를 감별해봅시다.
희미한 시야로 판단하건대, 작은 규모의 가정집처럼 보입니다.
빛을 가리기 위함인지 창마다 차양막이 쳐져 있고, 바깥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물건들은 어질러진 채로 먼지가 쌓여 있습니다.
정말로 사람이 사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삭막한 풍경입니다.


손발을 묶은 것은 더듬어 촉감으로 판단하자면 노끈이나 밧줄 같은 종류로, 움직이기 어렵도록 꽉 조여두었습니다.
얼마나 오랜 시간 이 상태로 방치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슬슬 손끝이 저리기 시작합니다.
날붙이 없이 맨손으로 풀어내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품에 넣어두었던 비도 따위의 무기들은… 당연하게도 전부 빼앗긴 채입니다.
온몸은 젖어 있습니다. 왜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추위에 식은 몸이 덜덜 떨리고 있습니다.
자꾸만 쓸데없는 힘이 들어가는 몸은 안 그래도 불편한 자세를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상처는 없는 듯 하지만, 외상이 없더라도 이런 추위를 계속해서 견디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도로 쓰러질 게 분명합니다.
몸을 꿈틀거리면 적은 거리나마 움직일 수 있을 듯 합니다.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나 애벌레 같은 꼴입니다.

(문... 문 있구나? 문 본다!!!)

쉽게 열기 힘든 구조입니다.
그 덕에 바깥에서는 덜컹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문이 부서지도록 강한 힘이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상대는 아주 흥분했고, 이쪽은 목소리를 낼 수 없으니 대화는 불가능합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3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한 사람만 있는 게 아닌지, 대화가 이어집니다.




틈으로도 빛이 새어들어오지 않는 것을 보면 밤인 걸까요?




몸 속에 있는 내단과 영력이… 로 시작하는 이론입니다. 다만, 깨달음을 주는 구결 따위는 적혀있지 않습니다.
표지를 보아하니 최근에 발간되었음에도 꽤 낡은 티가 납니다.
먼지가 쌓였고, 자주 들춰보았는지 너덜너덜합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하지만, 그게 누구였더라…

기준치: | 40/20/8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40/20/8 |
굴림: | 3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60/30/12 |
굴림: | 3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렇... ...군? 생각은 이쯤 하기로 한다. 암튼 옆에 읽을 거리가 마침 하나 더 있네! 잘 됐네, 와~! ... 문서를 읽어보자.)


기준치: | 65/32/13 |
굴림: | 3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천천히 확인하다 보면, 이 수첩의 주인은 외우주의 존재의 숙주가 된 사람을 구하는 일에 대해 연구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렇다할 방법은 없었다는 것 역시.
이런 내용이 눈에 띕니다.

잉크를 쏟아부은 것처럼 대부분이 가려져 있습니다.
보이는 것만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네요.

(인신공양이라도 할 셈인가? 아니, 인신공양에서 구해준... 그렇다기엔 묶어놨지. 어어, 그래... 시덥잖은 말을 계속 제 안에서 주거니 받거니 한다. 체온이 떨어져서인지 일순 몸이 떨린다. 나 좀 무서우려고 한다. 저기요.)

마지막으로 짚은 자리에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아래로 통하는 계단이 있다… 고, 생각하자마자 아래에서 발소리가 들립니다.


그동안 암순응된 눈이 무량의 모습을 살필 정도는 됐습니다.
옷은 시커멓고, 뺨이며 손처럼 드러난 자리에도 얼룩덜룩하게 무언가 묻어 있습니다.
피?
그는 들고 있던 쌍수검을 검집에 집어넣습니다.

(이 어두컴컴한 곳에 저러고 서 있으니 유독 낙차가 의식된다. 그 검날이 번들번들하게 빛난다. ... 눈만 두어번 멍청하게 깜빡여 제게 공격성이 없다는 의도만 전한다. 서, 설명해요... 나 지금 무력하잖아요...)






거짓말도 잘 못하면서. 빨리 솔직하게 말해요. 아니면 못 본 새에 주화입마라도 걸렸습니까? 아니면 주화입마에 걸린 게 실은 제 쪽이었나요? 제 입으로 말하긴 또 그렇지만 저 나표가 그렇게까지 무공 증진에 몰두하던 무인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뭐가 문젭니까? (방언 터졌다. 이렇게 주절거린다는 건 기실 겁을 먹었기 때문이리라.)
빨리 바른 대로 말해요! 무서우려 그러네. (묶인 팔다리 주위 피부가 까슬까슬하게 일어나려고 한다. 나표는 이 공기가 무거워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있다.)

첫째, 당신을 납치한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서 도망친 겁니다. 예, 해남파의 자랑스러운 제자인만큼, 사람을 죽이진 않았습니다. 공격에 맞대응했을 뿐이지. 당신을 지킨 사람에게 너무한 언사가 아닙니까? (잠시 고개 기울인다.)
둘째, 여긴 잠깐 머무는 곳일 뿐입니다. 여긴 잠깐 머무는 곳일 뿐입니다. 한 시진 정도 시간을 보낼 겁니다. 당신을 묶어둔 이유는… 예, 뭐. 당신이 이런 태도로 나올까 봐 그랬습니다. 지금도 보세요, 비협조적이잖습니까. 전 당신을 구하려고 그랬다고요!
저들은, 우리가 재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계를 멸망시킬지도 모른다고.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이 시끄러운 듯, 고개를 팩, 내젓는다.)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저희가 무슨 마교 소속도 아니고, 사파도 아닌데.

그러니까 겁을 먹었을 뿐입니다. (눈을 억세게 감았다가 뜬다.) 깨어났더니 주위에는 아무도 없지, 밖은 시끄럽지. 어디서 원한이라도 사서 내가 이렇게 죽나 하고...
그래서 여긴 어딘데요? 뭘 어떻게 해야 하죠? 내가... (당신을 따라 시선이 덜컹거리는 문으로 향한다. 폐에 차오르는 숨이 차다. 갇힌 공간에서 뛰쳐나가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른다.) 뭘 잘못했습니까?

당신……, …설마,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겁니까?



이명과 함께 기억의 파편이 혼탁하게 떠오릅니다.
당신을 공격해오는 초면의 사람들.
당신의 손을 잡고 함께 달리던 무량.


그 이후로, 그 조직으로부터 저희는 계속 공격을 받아왔습니다. 그들이 당신을 제거하기로 마음 먹었으니까요.
당신은 살고 싶어했고, 네. 그 결과가 이겁니다. 저희는, 도망자 신세라고요.
제 말들 중에서, 기억나는 것이 하나라도 있습니까? 이게, 근 한 달 간의 이야기입니다만.

(평소에 비하자면 한 톤 올라간 목소리를 유지한다.) 이야기를 들으면 언뜻 알 것 같기도 해요. 몇몇 순간에 불과하지만... 아무튼간에 지금까지의 정보를 기반으로 하면, 엄, 그게...
그 한 달간의 과정에서 제가 오늘과 같은 방식의 기억상실을 호소한 적이 있었습니까?

뭐, 한 달 내내 아마도 사파에서 보낸 자객들이며 사람들에게 쫓기다 보니, 이제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저는 정신력이 강한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아니었나 봅니다. 적어도 작별인사 정도는 할 시간이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사람들 따위, 아주 끔찍합니다. (피곤하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쉰다. 상대에게 다가가,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상대를 일으켜 벽에 기대어 앉힌다.)
그럼… 나표. 한 가지 물어도 괜찮겠습니까?
당신에게 있어서, 이 무림을 지키는 것과 당신의 목숨을 보전하는 것.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합니까?

(숨 한 번 들이쉬고는,) 신체 구속은 발작을 일으켰기 때문에 취한 조치인가요, 단순히 보호와 상황 통제를 겸하기 위해서? 전자라면 납득하겠지만 후자라면 눈과 귀도 막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어요. 감각이 일부만 통제되니 초조해지더군요.
(아마도, 라는 말에 습관처럼 씩 웃는다. 정파는 죄 없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느껴져서. 아무튼간에 그에 따르면 자신 또한 '정파'에 속할 수 있는 건가 좀 헷갈리기도 했고.) ...
그 말, 지금 이 상태로 대답해야 하는 거예요? (묶인 손을 슬그머니 들어 보인다.) 뭐랄까. 어, 깨어나자마자 죽을래 죽으나 마나 한 상황으로 살래를 골라야 하다니 이것 참 곤란한데...
답하기 전에 좀 물어봐도 됩니까? (곤란한 얼굴로 비실비실 웃으며 눈동자를 굴린다. 손목께가 간질거린다.)
그으... 전자를 고르면 지금 여기서 죽일 겁니까?

말하지 않았습니까. 당신이 반항할까봐 그랬다고. 오감을… 차단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오감을 전부 차단하면,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은 자신을 죽은 것으로 인식하여 점차 죽어간다나 뭐라나, 하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저는 당신을 죽일 생각은 없었거든요. 아직은. 하고 덧붙인다.)
그걸… 제가 대답해드릴 의무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나표. 하지만, (스릉, 하는 소리와 함께 양쪽 허리춤에 매어두었던 쌍수검을 꺼내든다. 역수로 검을 잡고 있는 탓에 검날이 상대에게 향하지는 않았으나, 해남파의 검술이 역수검이라는 것을 떠올린다면 충분히 위협적인 자세일 터였다.) 전, 분명히 당신께 말씀드렸습니다. 반항할 경우, 저는 당신이 말했던 대로, 당신의 오감을 차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아, 별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데. 이거 싫어요. 마지막 만찬 같은 것도 없고. (가볍게 한숨을 쉰다. 음, 시간을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유예된 삶을 만끽하기로 한다. 갈비뼈가 그에 맞추어 오르내리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움직임을 방해하는 구속. 묶인 탓에 손가락 끝이 희어지며 약간 저린다. 젖은 옷 냄새와 희미한 풀벌레 소리, 안경 위에 내려앉은 먼지 한 톨 같은 것.) 도대체 당신은 날 죽이겠다는 건지 살리겠다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네요. 모르겠어요.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어차피 백치가 된 거 버리고 해남으로 돌아갔으면 됐을 걸. 아니면 차라리 자고 있을 때 푹 찌르든가...
그래요. 세상이 어떻게 되는지는 뭐... 당신 뜻이 확고하니 걱정할 필요 없겠고. 굳이 내가 정신 차리고 이 모든 일을 기억하기까지 기다리고 기다리면서까지 하고 싶은 말은. 없었어요?

이 검은, 상대를 고통스럽게 만들기 위한 검이 아닙니다. 그리고, 고통 없이 사람을 죽이는 법 따위는 진작 알았습니다. 그동안 살수들에게 얼마나 쫓겼는데요. (떨리는 눈을 상대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는 듯 눈을 내리감는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시선은 올곧게 상대를 향해 있다.) 하고 싶었던 말, 이라……. 없었는데, 방금 생겼습니다. (그리 말하며, 검을 한 바퀴 빙글, 돌려 검날을 상대에게로 향한다. 한 자락 비춰 들어온 달빛이 검날에 비쳤을까.) …내게는 이게 최선입니다.

이런 감각은 아마 평생 잊히지 않겠죠.
어차피 여기서 삶이 끝난다면 이후의 기억을 걱정하는 일도 무용하지만요.
밭은 숨을 간신히 내쉬고 있으면, 무량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죽기 직전 주마등이 스친다거나, 저승사자가 이름을 부르면 영혼이 저승으로 이끌려 간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그저 설화일 뿐입니다.
뇌는 기능을 정지했고 당신은 아무것도 느낄 수 없어야 합니다.
꿈이라고 해야 할까요?
당신은 어둠 속에 서 있고, 그곳은 아무것도 없어 춥고 쓸쓸한 공간입니다.
아주 먼 곳에서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였는지 떠오르지 않습니다.

급하게 숨을 들이키면 굳었던 폐가 움직이며 뱃속이 강하게 쑤십니다.
방금 경험한 것은 죽음.
하지만 지금 당신은 멀쩡히 눈을 뜨고 숨을 쉬는 중입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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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방에 두 사람만 남았습니다.

욕화고, 화내고, 때리셔도 됩니다. 앞으로 나타나지 말라고 하시면 그리하겠습니다. 그래도, 설명은 들어주십시오.



죄송해요, 머리... 머리가 못 따라가겠습니다. (무겁다... 팔 떨린다. 무량을 내려놓는다. 목을 더듬거린다.....)

우리는 언젠가, 부활 주문을 찾은 적이 있어요…….

충격을 기억합니다. 분명히, 죽었을텐데.
사라졌던 기억들이 돌아오기 시작합니다.
계속해서 찾아오는 방문자들에 진절머리치던 날들.
끊임없이 이어지는 조사와 이해하기 어려운 정보들.
외우주의 존재에게 보내지는 뇌 보관용 상자가 된다는 사실에 질려도 그것을 해결할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여객에서 푹 쉬기라도 하는 건 어떨까요?
다시 태어난 걸 축하합니다.








(라고 하기엔 이미 유사 납치도 했었다…)

(후자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표 상식상 무량은 좀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다. 따지자면 멧돼지인간?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