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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나] 90min movie

감김자 2025. 2. 9. 17:17

90min movie w. 헤섬

2025.02.09

플레이 타임 약 3시간

KPC 무량

PC 나표

 

키퍼링 감사합니다 ^^♡

 

 
 
 
 
쾅쾅쾅, 쾅쾅……
 
GM:무언가 두드리는 소리가 당신을 깨웁니다.
가장 먼저 깨닫는 건, 손발의 부자유.
당신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입 역시 무언가 붙어 있어 말을 하기 어렵습니다.
행동과 발언의 자유를 빼앗긴 상태로는 그저 숨을 쉬는 게 허락된 행위의 전부가 아닌가요.
눈마저 가려져 있다고 착각했지만, 몇 번 깜빡이고 나면 주변이 희미하게 구분됩니다.
 
GM:지나치게 어두워 눈을 감으나 마나, 물체가 있고 없고를 가늠할 수 있을 뿐 주변에 있는 게 무엇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나표:(나 뭔가... 이렇게까지 뭘 잘못했었나. 몇 번 구속을 풀어 보려다가 무용한 것을 깨닫고 우선 힘을 아끼기로 한다. 텁텁한 입술에서 숨이 막혀 더운 기운이 끼친다. 나는... 현 상황에 대해 무언가 떠오르는 일이 있을까?...) 어휴.
 
GM: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알 수 있는 길이 없습니다.
 
나표:This message has been hidden.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GM:잘 굴러가지 않는 머리를 애써 굴려보면, 어쩐지 요 근래의 기억이 없다는 사실이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그게 지금 상황에서 무슨 도움이 된단 말인가요?
 
나표:(그간의 업보가... 좀... 많았던... 가? 끙... ... 좀 웃기긴 하겠지만 몸을 굴려볼 수는 있을까? 적어도 주위 물건이나 공간 범위를 확인하고 싶은데...)
 
GM:어떻게든 몸을 움직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어두워서 제대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지만요.
기어다니며 손으로 더듬는 식으로 물체를 감별해봅시다.
희미한 시야로 판단하건대, 작은 규모의 가정집처럼 보입니다.
빛을 가리기 위함인지 창마다 차양막이 쳐져 있고, 바깥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물건들은 어질러진 채로 먼지가 쌓여 있습니다.
정말로 사람이 사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삭막한 풍경입니다.
 
나표:(의외로 위험한 조직에 걸린 건 아닌가? 개인적인 원한이면 팔이나 다리 한 둘 정도로 봐줄지도 모르겠다. 이런 희망적인 생각을 하다가... 잠깐 벌렁 눕는다. 혹시 현재 몸 상태는 어떨까? 상처나 컨디션에 변화는 느껴질까?)
 
GM:먼저 느낀 것처럼, 손발이 묶였고 입 역시 막혀 있습니다.
손발을 묶은 것은 더듬어 촉감으로 판단하자면 노끈이나 밧줄 같은 종류로, 움직이기 어렵도록 꽉 조여두었습니다.
얼마나 오랜 시간 이 상태로 방치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슬슬 손끝이 저리기 시작합니다.
날붙이 없이 맨손으로 풀어내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품에 넣어두었던 비도 따위의 무기들은… 당연하게도 전부 빼앗긴 채입니다.
온몸은 젖어 있습니다. 왜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GM:당신은 그제서야 싸늘한 한기를 인지합니다.
추위에 식은 몸이 덜덜 떨리고 있습니다.
자꾸만 쓸데없는 힘이 들어가는 몸은 안 그래도 불편한 자세를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상처는 없는 듯 하지만, 외상이 없더라도 이런 추위를 계속해서 견디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도로 쓰러질 게 분명합니다.
몸을 꿈틀거리면 적은 거리나마 움직일 수 있을 듯 합니다.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나 애벌레 같은 꼴입니다.
 
나표:(수치스럽지는 않다. 살아있으려면 뭔들 못할까. 이 상태로 시간을 끌어도 점점 체력만 소모될 텐데 하는 초조감에 목울대가 움찔거린다. 이 또한 누군지 모를 상대의 의도일 것이다. 위협적으로 느끼도록 묶어놓은 것 같은데... 막말로 나한테 빼먹을 게 뭐가 있다고........... ...... 일단 기어서 바깥 소리 등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곳이 있나 살펴보고자 한다. 적어도 탈출시키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어휴 소름끼쳐.)
(문... 문 있구나? 문 본다!!!)
 
GM:쪽으로 다가가면, 문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자물쇠며 판자를 몇 개나 대어두었습니다.
쉽게 열기 힘든 구조입니다.
그 덕에 바깥에서는 덜컹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당장 나와!
 
GM:누군가가 소리칩니다.
문이 부서지도록 강한 힘이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상대는 아주 흥분했고, 이쪽은 목소리를 낼 수 없으니 대화는 불가능합니다.
 
나표: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놈을 죽여야 한다고 했잖아!
 
GM:따위의 말소리가 들립니다.
한 사람만 있는 게 아닌지, 대화가 이어집니다.
 
나표:(히에엑~;;; 소름~~~;;;;;;) (나는... 이상황에서 자고 있었던 거야? 약에라도 취했었나?)
 
GM:그속에는 당신의 이름도 드문드문 섞여 있습니다.
 
나표:(차라리 관에 넣어 달라고 사정하고 싶다. 지금 문 열리면 끝장이다... 몸을 질질 끌어 창문 쪽으로 가보기로 한다. 속으로 욕을 좀 한다. 개방이 그립다...)
 
GM:창문으로 다가가면, 두꺼운 차양막이 쳐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틈으로도 빛이 새어들어오지 않는 것을 보면 밤인 걸까요?
 
나표:(이렇게 인생에서 오래 조용하고 싶지 않았다. 슬프다... 나표는 슬퍼졌다... 비기 도망치기도 쓸 수 없다니............ .... 주위 물건들이라도 보자.)
 
GM:서책 문서 따위가 난잡하게 어질러져 있습니다.
 
나표:(달빛에 기대어 온몸이 구속된 채로 읽는 서책이라... 낭만적이다. 음. 처량하게 한 번 펼쳐보자.)
 
GM:과학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몸 속에 있는 내단과 영력이… 로 시작하는 이론입니다. 다만, 깨달음을 주는 구결 따위는 적혀있지 않습니다.
표지를 보아하니 최근에 발간되었음에도 꽤 낡은 티가 납니다.
먼지가 쌓였고, 자주 들춰보았는지 너덜너덜합니다.
 
나표: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GM:문득 어떤 목소리가 머릿속을 헤집습니다.
 
폭발이 일어날 거라니, 무슨 그런 농담을 하십니까?
 
하하……!
 
GM:익숙한 목소리입니다.
하지만, 그게 누구였더라…
 
나표:
자료조사
기준치: 40/20/8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자료조사
기준치: 40/20/8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나표: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GM:자동화 뇌 박제기가 이동하는 경우 거대한 기의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떠오릅니다.
 
나표:(이동... 왜 이런 게 떠오른 거지? 떨떠름하게 서책 내용을 복기해본다. 얼룩덜룩한 서책 사이에서 먼지가 어슴푸레한 달빛을 받아 흩날린다. 어어...)
(그렇... ...군? 생각은 이쯤 하기로 한다. 암튼 옆에 읽을 거리가 마침 하나 더 있네! 잘 됐네, 와~! ... 문서를 읽어보자.)
 
GM:해부학 책과 공학에 대한 책들이 어수선하게 섞여 있습니다. 이것들을 함께 보아야 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요?
 
나표: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GM:근처에 떨어진 수첩 하나를 발견합니다.
천천히 확인하다 보면, 이 수첩의 주인은 외우주의 존재의 숙주가 된 사람을 구하는 일에 대해 연구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렇다할 방법은 없었다는 것 역시.
이런 내용이 눈에 띕니다.
 
그럴듯한 주문을 입수했지만 지금 상황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말 아무런 방법이 없다고?
 
이대로 모든 게 끝나는 걸 지켜보는 수 밖에 없나?
 
GM:함께 있는 것은 어떤 주문에 대한 정보입니다만… 내용이 지워져 있습니다.
잉크를 쏟아부은 것처럼 대부분이 가려져 있습니다.
보이는 것만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네요.
 
주문 「우연한 행운」
 
비용 마력 5 / 이성 1D6
 
나표:(미간을 찌푸린다. 반사적으로 떠오른 건... 마아....교? 하지만 마교는 인간을 신으로 모시는 광신자들로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절대자의 축복 하에서 죽는다고 한들 영광일지언정 그 고통에서 구할 필요는 없다... 마교는 아니다. 어어... 그렇군. 음... 그래서 나를 여기 묶어둔 이유가 좀 궁금한데...)
(인신공양이라도 할 셈인가? 아니, 인신공양에서 구해준... 그렇다기엔 묶어놨지. 어어, 그래... 시덥잖은 말을 계속 제 안에서 주거니 받거니 한다. 체온이 떨어져서인지 일순 몸이 떨린다. 나 좀 무서우려고 한다. 저기요.)
 
GM:불편한 몸으로 집안을 헤집고 다니니 급격한 피로감이 몸을 감쌉니다.
마지막으로 짚은 자리에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아래로 통하는 계단이 있다… 고, 생각하자마자 아래에서 발소리가 들립니다.
 
무량:일어나 계셨습니까? 좀 더 주무실 줄 알았습니다만.
 
GM:나타난 것은 무량. 얼굴을 확인하기도 전에 목소리로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암순응된 눈이 무량의 모습을 살필 정도는 됐습니다.
옷은 시커멓고, 뺨이며 손처럼 드러난 자리에도 얼룩덜룩하게 무언가 묻어 있습니다.
피?
그는 들고 있던 쌍수검을 검집에 집어넣습니다.
 
나표:(기겁해서 뒤로 물러난다. 코 밑으로 흘러내려간 안경을 손등으로 밀어 올린다. 아니 당신... 이라고 말하려던 목소리가 우물쭈물한다.) 어어... (손을 내밀어야 하나? ... 내밀어도 되는 상대인가?)
(이 어두컴컴한 곳에 저러고 서 있으니 유독 낙차가 의식된다. 그 검날이 번들번들하게 빛난다. ... 눈만 두어번 멍청하게 깜빡여 제게 공격성이 없다는 의도만 전한다. 서, 설명해요... 나 지금 무력하잖아요...)
 
무량:추우십니까? (덜덜 떠는 상대를 내려다보다, 곧 모포 하나를 챙겨와 상대의 몸 위에 덮어준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말해야할지 고민하는 듯 잠시 침묵하다가,) 아. 답답하시겠죠. 조용히 해하시겠다 약조하신다면, 입을 막은 재갈은 풀어드리겠습니다. 알겠다면 고개를 한 번 끄덕이십시오.
 
나표:(어깨 위로 한 겹 더해지는 것에도 어림없이 당신을 응시하고 있다. 마치 공간을 둘로 잘라놓은 것처럼, 이 좁은 침묵과는 모순되는 소음이 문 너머에서 진동한다. 잠깐 정신을 놓으면 언뜻 초점이 흐려질 것 같다... 생존본능에 따라 반쯤 홀린 듯 주억거린다.)
 
무량:(고개를 끄덕이는 상대를 보면, 조심스레 한 쪽 무릎을 꿇어앉은 뒤 입을 가로막고 있는 재갈을 풀어낸다. 그리고 나선 바로 상대의 입을 손으로 가로막고,) 잘 들으십시오. 여기서 소리를 지르거나, 반항한다면, 다시 재갈을 채울 겁니다. 아시겠죠? (하고, 주의를 주고 나서야 손을 떼어낸다.)
 
나표:(비로소 막혀 있던 갑갑한 공기가 풀어져 반사적으로 입술을 살짝 벌리는데, 머지않아 덥썩 입이 막힌다. 고전적인 장난으로 핥으면 되는 순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나표 역시 가끔은 때와 장소를 가린다. 심통이 난 양 부러 눈썹을 찌푸리나 싶더니 순순히 눈을 맞춰 답을 대신한다.) 그래요. 어, 일단... (마른 기침을 두어 번 내뱉는다. 어휴!) 반가워요. 네에. ... 구태여 묻자니 쑥쓰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무량, 이건 혹시 납치... 입니까?
 
무량:납치라… 네, 뭐. 따지자면 그렇게 되겠군요. 그런데, 그게 문제가 될까요? (제법 뻔뻔한 소리를 내뱉는다.)
 
나표:엇, 그, 예? (얼빠진 목소리가 각 음절마다 다른 높낮이로 휘청거린다.) 그런, 아니... 당, 당신 정파잖아요? 그것도 그렇지만 절 납치해서 어디에... (수선스럽게 말을 늘어놓다가 갑자기 차분해진다. 추위 때문인가 목 근처에 옅게 소름이 돋았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저는 여러 방면으로 써먹을 만한 몸도 아닌데요? 거짓말이죠?
거짓말도 잘 못하면서. 빨리 솔직하게 말해요. 아니면 못 본 새에 주화입마라도 걸렸습니까? 아니면 주화입마에 걸린 게 실은 제 쪽이었나요? 제 입으로 말하긴 또 그렇지만 저 나표가 그렇게까지 무공 증진에 몰두하던 무인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뭐가 문젭니까? (방언 터졌다. 이렇게 주절거린다는 건 기실 겁을 먹었기 때문이리라.)
빨리 바른 대로 말해요! 무서우려 그러네. (묶인 팔다리 주위 피부가 까슬까슬하게 일어나려고 한다. 나표는 이 공기가 무거워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있다.)
 
무량:그럼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흠, 하고 목을 가다듬는다. 온몸에 묻은 피 때문에 제법 살벌하게 보이지만.)
첫째, 당신을 납치한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서 도망친 겁니다. 예, 해남파의 자랑스러운 제자인만큼, 사람을 죽이진 않았습니다. 공격에 맞대응했을 뿐이지. 당신을 지킨 사람에게 너무한 언사가 아닙니까? (잠시 고개 기울인다.)
둘째, 여긴 잠깐 머무는 곳일 뿐입니다. 여긴 잠깐 머무는 곳일 뿐입니다. 한 시진 정도 시간을 보낼 겁니다. 당신을 묶어둔 이유는… 예, 뭐. 당신이 이런 태도로 나올까 봐 그랬습니다. 지금도 보세요, 비협조적이잖습니까. 전 당신을 구하려고 그랬다고요!
저들은, 우리가 재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계를 멸망시킬지도 모른다고.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이 시끄러운 듯, 고개를 팩, 내젓는다.)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저희가 무슨 마교 소속도 아니고, 사파도 아닌데.
 
나표:지켰다고요? ... 당신이 나를? (높은 벽으로 가로막힌 길을 더듬는 것처럼 어렴풋한 목소리가 기어나온다. 일견 그 사실 자체를 의심하는 듯한 문장이겠으나 본인은 그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혼란스러울 뿐이다. 이래서야 극악한 악인이나 받는 취급 아닌가. 맹세컨대 맨발로 흙을 밟고 태어나 치졸할지언정 영영 용서받지 못할 죄까지는 범하지 않았다. 선인이라서가 아니라, 단순히 나표는 남들이 넘지 않는 영역을 넘어갈 만한 담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목소리가 높아지는 순간 손이 안으로 곱아든다. 벌어진 입 너머로 소리가 새어 나오지 않는다. 이 모든 상황은 제게 너무나도 불합리하다. 부당하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하지만, ... (말이 차츰차츰 기어들어간다.) 아, 아는 것도 없는데 몸은 묶여 있고 나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데...
그러니까 겁을 먹었을 뿐입니다. (눈을 억세게 감았다가 뜬다.) 깨어났더니 주위에는 아무도 없지, 밖은 시끄럽지. 어디서 원한이라도 사서 내가 이렇게 죽나 하고...
그래서 여긴 어딘데요? 뭘 어떻게 해야 하죠? 내가... (당신을 따라 시선이 덜컹거리는 문으로 향한다. 폐에 차오르는 숨이 차다. 갇힌 공간에서 뛰쳐나가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른다.) 뭘 잘못했습니까?
 
무량:괜찮습니다. 아직은 죽지 않을 것 같으니까. (걱정말라는 듯, 아니면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도 아니라면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내뱉는 목소리의 무게는 한없이 가볍다. 평소의 무량과는 다르게. 상대의 말을 계속해서 듣다 보면, 의아하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린다.)
당신……, …설마,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겁니까?
 
나표:(한참 뒤늦게 거진 귀엣말마냥 중얼거린다.) 저는 기왕이면 살고 싶은데요... 왜 자꾸 나한테 화 내듯이 말하는데요. (대단히 서럽다...) 예, 제가 무슨 대부업이라도 했었나요. 그럴 깡이 안 되는데...
 
무량:화 안 냈습니다. (진짜 화 안 냈다…) 그냥, …곤란하네요. 당신의 상태에 대해서 알려준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이었단 말입니다. 이 서책들도, 자료도 전부 당신이 개방에서 정보를 얻어왔던 건데.
 
GM:그 말을 듣고, 지난 기억을 떠올리고자 한다면 강한 두통이 일어납니다.
이명과 함께 기억의 파편이 혼탁하게 떠오릅니다.
당신을 공격해오는 초면의 사람들.
당신의 손을 잡고 함께 달리던 무량.
 
네가 죽어야만 이 세계가 살아남을 수 있어!
 
모두를 위해 죽는 거야.
 
GM:피와, 절박함…….
 
무량:알았을지도 모르지만, 당신의 몸 안에는… 자동화 뇌 박제기라는 것이 심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저희가 알아채는 것보다 먼저, 어떤 조직에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고 당신이 말했죠.
그 이후로, 그 조직으로부터 저희는 계속 공격을 받아왔습니다. 그들이 당신을 제거하기로 마음 먹었으니까요.
당신은 살고 싶어했고, 네. 그 결과가 이겁니다. 저희는, 도망자 신세라고요.
제 말들 중에서, 기억나는 것이 하나라도 있습니까? 이게, 근 한 달 간의 이야기입니다만.
 
나표:... ... (한참 무언으로 시간을 보낸다. 현실감각이라는 게 어디로 사라지기라도 한 건가. 무슨 미친 짓을 당한 건지, 원한을 산 건지는 몰라도 그 시한폭탄 같은 게 내 몸에 있었군. 그렇다면 걸어다니는 인간 살상장치 치고는 제법 거친 포장이다. 이런 종류의 기관장치는 크기에 비례해서 마치 클 수록 투박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크든 작든간에 섬세한 조정을 요구한다. 그렇기에 기술자가 정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 이런 기본상식을 고려하면 그에 비해 자신은 제법 마구잡이로 묶여 있던 셈이다. 이건 향후를 위해서라도 무량에게 한 번은 경고해둬야 하지 않을까...) 그렇군요, 깨어나서 방금 전까지 읽은 정보들이 전부 저에 대한 것이었군요! 도통 기억나는 것이 없어서 치정싸움에라도 휘말린 줄 알았습니다.
(평소에 비하자면 한 톤 올라간 목소리를 유지한다.) 이야기를 들으면 언뜻 알 것 같기도 해요. 몇몇 순간에 불과하지만... 아무튼간에 지금까지의 정보를 기반으로 하면, 엄, 그게...
그 한 달간의 과정에서 제가 오늘과 같은 방식의 기억상실을 호소한 적이 있었습니까?
 
무량:아뇨. 오늘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그게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할 해결책이 되지는 않습니다. 나표. (가볍게 숨을 들이마신다. 아무리 상대의 감정을 읽는 것이 미숙하다 한들, 상대가 부러 가벼운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애써 밝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쉽게 눈치챌 수 있다.)
뭐, 한 달 내내 아마도 사파에서 보낸 자객들이며 사람들에게 쫓기다 보니, 이제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저는 정신력이 강한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아니었나 봅니다. 적어도 작별인사 정도는 할 시간이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사람들 따위, 아주 끔찍합니다. (피곤하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쉰다. 상대에게 다가가,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상대를 일으켜 벽에 기대어 앉힌다.)
그럼… 나표. 한 가지 물어도 괜찮겠습니까?
당신에게 있어서, 이 무림을 지키는 것 당신의 목숨을 보전하는 것.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합니까?
 
나표:그렇다면 증세가 한 단계 진전된 것으로 이해해도 괜찮겠군요. 물벼룩에 기생하는 기생충처럼 제 몸에 사는 이것이 나를 어디론가 이끌어 간다는 말인가. 통탄할 일입니다그래.
(숨 한 번 들이쉬고는,) 신체 구속은 발작을 일으켰기 때문에 취한 조치인가요, 단순히 보호와 상황 통제를 겸하기 위해서? 전자라면 납득하겠지만 후자라면 눈과 귀도 막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어요. 감각이 일부만 통제되니 초조해지더군요.
(아마도, 라는 말에 습관처럼 씩 웃는다. 정파는 죄 없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느껴져서. 아무튼간에 그에 따르면 자신 또한 '정파'에 속할 수 있는 건가 좀 헷갈리기도 했고.) ...
그 말, 지금 이 상태로 대답해야 하는 거예요? (묶인 손을 슬그머니 들어 보인다.) 뭐랄까. 어, 깨어나자마자 죽을래 죽으나 마나 한 상황으로 살래를 골라야 하다니 이것 참 곤란한데...
답하기 전에 좀 물어봐도 됩니까? (곤란한 얼굴로 비실비실 웃으며 눈동자를 굴린다. 손목께가 간질거린다.)
그으... 전자를 고르면 지금 여기서 죽일 겁니까?
 
무량:그런 건, 저는 모릅니다. 사술에는 무지하고, 별로 손을 대고 싶지도 않아서. (무언가 깊이 생각하는 상대를 보면서도 고개만 기울일 뿐이다. 그저, 저것이 방치된다면 이 무림에, 이 세상에 해가 된다는 것만을 알 뿐이니.)
말하지 않았습니까. 당신이 반항할까봐 그랬다고. 오감을… 차단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오감을 전부 차단하면,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은 자신을 죽은 것으로 인식하여 점차 죽어간다나 뭐라나, 하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저는 당신을 죽일 생각은 없었거든요. 아직은. 하고 덧붙인다.)
그걸… 제가 대답해드릴 의무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나표. 하지만, (스릉, 하는 소리와 함께 양쪽 허리춤에 매어두었던 쌍수검을 꺼내든다. 역수로 검을 잡고 있는 탓에 검날이 상대에게 향하지는 않았으나, 해남파의 검술이 역수검이라는 것을 떠올린다면 충분히 위협적인 자세일 터였다.) 전, 분명히 당신께 말씀드렸습니다. 반항할 경우, 저는 당신이 말했던 대로, 당신의 오감을 차단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나표:이거 황당하네. 저도 기본적으로 스스로를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픽 숨소리 섞인 웃음이 샌다. 차라리 선을 넘어 봤으면 후회가 없었을까? 나표는 모른다. 어떤 미래는 마치 어감으로부터 있었을 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가리키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가정의 본질은 그렇기에 결코 만날 수 없는 환영에 가깝다. 원인도 까닭도 모르지만, 음... 때때로 누군가는 '어쩌다보니' 그렇게--달리 말하자면 운명이라고 고상하게 부를 수 있겠다- 되곤 한다. 마치 악인이 악인이 되기 위해 태어나지 않은 것처럼. 어느 소설이든 주인공이 정해진 것처럼... 이런 세상에, 딱히 세상을 사랑해 본 일도 없는데 세상을 위해 죽는다는 거창한 운명 앞에 굴러떨어졌다니. 나표는 그 의미를, 이유를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다. 어쩌면 무의미한 일이었다.)
아아, 별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데. 이거 싫어요. 마지막 만찬 같은 것도 없고. (가볍게 한숨을 쉰다. 음, 시간을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유예된 삶을 만끽하기로 한다. 갈비뼈가 그에 맞추어 오르내리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움직임을 방해하는 구속. 묶인 탓에 손가락 끝이 희어지며 약간 저린다. 젖은 옷 냄새와 희미한 풀벌레 소리, 안경 위에 내려앉은 먼지 한 톨 같은 것.) 도대체 당신은 날 죽이겠다는 건지 살리겠다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네요. 모르겠어요.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어차피 백치가 된 거 버리고 해남으로 돌아갔으면 됐을 걸. 아니면 차라리 자고 있을 때 푹 찌르든가...
그래요. 세상이 어떻게 되는지는 뭐... 당신 뜻이 확고하니 걱정할 필요 없겠고. 굳이 내가 정신 차리고 이 모든 일을 기억하기까지 기다리고 기다리면서까지 하고 싶은 말은. 없었어요?
 
무량:괜찮습니다. (괜찮을 것이다. 제가 상대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오로지, 그것 뿐이다. 한 올의 거짓 없는 진실. 어둠 속에서도 흐려지지 않고, 기만 속에서도 가려지지 않는 것. 이미 어둠에 적응한 감각은 상대의 신체적 반응을 기민하게 잡아낸다. 상대의 불안을 감지해도 움직이는 것을 멈추진 않는다.) 나는, 당신도, 이 세계도 구합니다. 해남으로 돌아가봤자 어차피 이 세계가 멸망하는 것은 똑같을텐데, 위험부담을 떠안고 돌아가느니, 당신과 함께 남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뿐입니다. 죽이는 건…… 글쎄요. 당신에게 작별인사라도 하고 싶었나보죠, 제가.
이 검은, 상대를 고통스럽게 만들기 위한 검이 아닙니다. 그리고, 고통 없이 사람을 죽이는 법 따위는 진작 알았습니다. 그동안 살수들에게 얼마나 쫓겼는데요. (떨리는 눈을 상대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는 듯 눈을 내리감는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시선은 올곧게 상대를 향해 있다.) 하고 싶었던 말, 이라……. 없었는데, 방금 생겼습니다. (그리 말하며, 검을 한 바퀴 빙글, 돌려 검날을 상대에게로 향한다. 한 자락 비춰 들어온 달빛이 검날에 비쳤을까.) …내게는 이게 최선입니다.
 
GM:서걱, 하는 소리와 함께 고통과 충격이 목을 관통합니다.
이런 감각은 아마 평생 잊히지 않겠죠.
어차피 여기서 삶이 끝난다면 이후의 기억을 걱정하는 일도 무용하지만요.
밭은 숨을 간신히 내쉬고 있으면, 무량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무량:미안, 합니다.
 
GM:이후로는, 암전입니다.
 
GM:사망 이후의 세계는 아무도 모른다고 하던가요.
죽기 직전 주마등이 스친다거나, 저승사자가 이름을 부르면 영혼이 저승으로 이끌려 간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그저 설화일 뿐입니다.
뇌는 기능을 정지했고 당신은 아무것도 느낄 수 없어야 합니다.
꿈이라고 해야 할까요?
당신은 어둠 속에 서 있고, 그곳은 아무것도 없어 춥고 쓸쓸한 공간입니다.
아주 먼 곳에서 목소리가 들립니다.
 
GM: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낯익은 음성.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였는지 떠오르지 않습니다.
 
……나표. 돌아오십시오.
 
나표!
 
GM:깊은 물속에서 빠져나온 듯한 감각과 함께 눈을 뜹니다.
급하게 숨을 들이키면 굳었던 폐가 움직이며 뱃속이 강하게 쑤십니다.
방금 경험한 것은 죽음.
하지만 지금 당신은 멀쩡히 눈을 뜨고 숨을 쉬는 중입니다.
 
나표: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이성 -1d4
 
나표:
rolling 1d4
 
(
4
 
)
 
 
=
4
 
GM:바깥에서는 의아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왜 안 터지는 거지? 제대로 죽였나 보지. 그런 소리들과 함께 발소리가 멀어집니다.
빈 방에 두 사람만 남았습니다.
 
무량:정말로… 될 줄은 몰랐는데.
욕화고, 화내고, 때리셔도 됩니다. 앞으로 나타나지 말라고 하시면 그리하겠습니다. 그래도, 설명은 들어주십시오.
 
나표:악! 뭐야, 뭔데요? (멱살 잡는다.) 한 번에 성공해야죠, 무인이면!
 
무량:와악, (멱살 잡힌 채로 휘청, 한다.) 그래서 성공했잖습니까! 당신을 살리려고, 당신을 죽인 거란 말입니다! 당신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나표:아파 죽겠네! 거짓말쟁이! 덕분에 백 배는 더 무서워졌잖아요, 다 망했어! 초연하게 못 죽어! 예?
죄송해요, 머리... 머리가 못 따라가겠습니다. (무겁다... 팔 떨린다. 무량을 내려놓는다. 목을 더듬거린다.....)
 
GM:무량은 당신의 앞에 주저앉아 지친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갑니다.
우리는 언젠가, 부활 주문을 찾은 적이 있어요…….
 
GM:온몸은 피로 푹 젖었습니다.
충격을 기억합니다. 분명히, 죽었을텐데.
사라졌던 기억들이 돌아오기 시작합니다.
계속해서 찾아오는 방문자들에 진절머리치던 날들.
끊임없이 이어지는 조사와 이해하기 어려운 정보들.
외우주의 존재에게 보내지는 뇌 보관용 상자가 된다는 사실에 질려도 그것을 해결할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GM:사교 집단이 숨겨둔 주문을 발견한 건 30일을 거의 채워가던 날이었습니다.
 
주문 「우연한 행운」
 
비용: 마력 5 / 이성 1d6
 
GM:이 일은 그야말로 당신이 기억을 잃었기 때문에 찾아온, 우연한 행운이었습니다.
여객에서 푹 쉬기라도 하는 건 어떨까요?
다시 태어난 걸 축하합니다.
 
무량 생환, 나표 생환.
 
나표:죽기 직전에 온갖 주접을 다 떨었는데 이러고 생환하라고요?!
 
무량:그게 문제가 됩니까?
 
나표:제 창피한 기분은 어쩌고요?!
 
무량:그게 문제가 될까요?
 
나표:몰라요! 당신은 항상 그런 식이야!!!
 
무량:제가 뭐가 그런 식입니까? 전 할만큼 했다고요.
 
나표:아니, 그건 그렇고. 처음 그 피는 뭐예요? 멧돼지라도 잡았어요? 아니면 기억 잃을 때까지 나 때렸어요?
 
무량:…예? 그야 당연히 저희를 쫓아오던 사람들의 피인 게 당연하잖습니까. 제가 당신을 왜 때립니까?
(라고 하기엔 이미 유사 납치도 했었다…)
 
나표:이런 쪽에서 웬걸 상식적이네. (됐으니까 밥이나 먹으러 가요.)
(후자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표 상식상 무량은 좀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다. 따지자면 멧돼지인간? 같은 것.)